다시 대학교 때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하고 싶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어설프게 깔짝거리던 고시 공부를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동기들과 새벽까지 하던 플레이스테이션을 줄이고 독서를 좀 더 했을 것이다, 방학때마다 있는 돈을 긁어 모아 세계 여기저기로 배낭 여행을 갔을 것이다라고 답할 것입니다. 그리고 무도로 유도를 택할 것이다라고도 답하고 싶습니다.
경찰대학 신입생 때, 학생들을 강당에 모아 놓고 태권도, 합기도, 유도, 검도 시범을 보여준 후에 희망자를 받습니다. 선택하기 전에 선배들에게 무엇이 가장 빡신지에 대한 정보도 확보하구요. 제가 선택할 당시에는 검도가 가장 인기가 좋아 초과된 학생 몇명이 미달된 유도로 가야 했습니다. 저는 하도 주위에서 덩치가 좋으니 유도를 해야 한다는 얘기를 계속하는지라 이에 대한 반항심이 생겨 태권도를 선택했습니다. 대학 4년 동안 태권도로 빛을 보지는 못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몸도 많이 유연해지고 날렵해졌지만, 다른 사람의 유연성과 날렵함을 이기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태권도에 큰 재미를 느끼지 못한지라 1학년 말부터 복싱 동아리를 하고, 방학 때는 동네 무에타이 도장에 나가고, 4학년 때는 수요일 외출과 주말을 이용해 선릉에 있는 팀태클 체육관에 가서 레슬링 및 MMA를 배웠습니다.
주짓수 시합을 하면 서로 서 있는 상태에서 시작을 하는데, 제가 속한 체급이 중량급이다보니 선수들이 좀처럼 가드자세로 먼저 가지 않습니다. 중량급에선 뒤집는 것(스윕이라고 부릅니다)이 힘든지라 가급적 테이크다운을 먼저 해서 상대를 누른 상태에서 경기를 풀어가려고 하죠. 위에서 상대를 누른 상태, 탑 포지션에서 경기를 하면 최소한 중력은 먹고 가는지라 유리한 상황이 많습니다. 이런 상황이 많다 보니, 유도를 배웠다면 많은 도움이 되었을텐데 후회를 하게 됩니다. 종종 레슬링 테이크다운을 쓰지만, 도복을 입고 있는 상태에서는 그대로 먹히지는 않는것 같습니다.
체육관에서도 주짓수 사범님들이 종종 테이크다운 기술들을 가르쳐 주시는데, 절대적인 양은 만족스럽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유튜브 등에서 유도 강좌를 즐겨 보게 되는데, 요즘은 국가대표 출신인 왕기춘 선수의 '유도TV'를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깃 잡는 법 등 디테일한 부분까지 설명을 해주는데, 열심히 영상을 본 후 체육관에 가서 응용해 보면 이전보다 테이크다운이 더 매끈해졌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왕기춘 선수의 주짓수 시합 영상도 종종 올라오는데, 일단 테이크 다운은 거뜬히 먹고 들어가더군요. 저와 비슷한 이유로 테이크다운이 아쉬우신 분들에게 이 시리즈를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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