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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짓수 이야기

싱가포르 레슬링 대회 출전기

지난주, 그러니까 2018년 3월 4일은 싱가폴 레슬링 연맹에서 주관하는 레슬링 대회 자유형 부문에 출전하였습니다. 이볼브 체육관에서 레슬링을 가르치던 Heath Sims 사범님께서 작년에 제안한 적이 있는데, 그때는 레슬링을 배운지 얼마 안되어 거절했었습니다. 이후 이볼브 체육관 수업과 매일 일요일 저녁에 있는 싱가폴 레슬링 연맹과의 훈련을 하며 조금씩 감을 익혔습니다. 결국 시합 등록을 했고, 평소에 같이 운동하는 친구와 단둘이 U97 체급에 배정이 되었습니다. 


경기장 풍경경기장 풍경.. 오전에 아동, 학생부 선수들과 가족들이 꽤 빠져나간 후 오후에는 한산한 분위기에서 시합을 할 수 있었습니다


같은 체급에 배정이 된 레오나르도는 대학 때도 레슬링을 했고, 2년 정도 금융권에서 죽도록 근무한 후에 퇴직금 등을 챙겨 자신의 크로스핏 짐을 운영하는 친구입니다. 저보다 키도 크고 온몸이 탄탄한 친구인데요.. 사실 싱가폴에서 제 체급 상대를 찾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닙니다. 한국에서도 그렇긴 하죠.. 


오후 1시에 개체를 했는데 전날부터 수분 조절을 하고, 사우나 등을 하며 땀을 뺀 덕분에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2017년에 마닐라 오픈 주짓수 대회를 나갈 때도 감량의 기억이 있는데, 하루 정도 샐러드를 먹으며 수분을 조절하니 3킬로까지 빠지는 것을 봤기에, 이번에도 개체는 큰 걱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오후 4시 30분 정도에 경기가 진행되었고, 정신 없이 제게 주어진 시간이 흐른 것 같습니다. 사실 14:4 포인트 차로 졌기 때문에 주어진 시간도 다 쓰지 못했죠. 시합이 시작되니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그 와중에 태클 1개, 백테이크 1개로 4득점을 한게 신기할 정도입니다. 누군가에게 부탁해서 동영상을 찍었으면 나중에 보면서 연구라도 할텐데 그러질 못했네요. 경기 중에 제 세컨을 봐주는 친구가 계속 몸을 낮추라고 Lower your body라고 외치긴 했는데, 급속도로 체력이 고갈되니 도저히 그럴 힘이 나질 않았습니다. 경기 일정이 이래저래 많이 지연되고 지인과의 약속이 있는 관계로 메달도 받지 않고 경기장을 떠났습니다. 온몸이 땀범벅이 되긴 했는데, 경기가 있었던 체육관에 샤워시설이 있는 덕분에 씻을 수도 있었구요. 


레슬링의 포인트 계산 등 경기 룰이 이전까지는 좀 헷갈렸는데, 이번에 그나마 제대로 알게 된 것이 하나의 소득입니다. 특히 태클 등의 동작으로 상대를 매트 밖으로 밀어낼 경우 1점을 얻는 룰이 있는줄 몰라 그걸로 4점 정도를 까먹었습니다. 주짓수에선 득점 없이 그냥 다시 매트 중간으로 이동하는 룰이 적용되죠. 밖으로 밀어내면 우위를 점하게 된다는 것이 스모와도 비슷하네요.  


여자부의 시합도 있었는데, 경기가 빠르고 날렵하게 진행되는지라 생각보다 더 재밌게 본 것 같습니다. 여자부의 시합에서도 우리가 흔히 '비스트'라고 불리우는 압도적인 체력의 소유자들이 보이더군요. 만약에 딸이 있다면 레슬링을 시킬 것 같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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