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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더 무브(올리버 색스)

페북에서 지인의 포스팅을 읽고 알게 된 올리버 색스. 리디북스에서 그의 책 4권, 편두통,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뮤지코필리아, 온더무브를 패키지로 판매하여 구입하였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는 제목 그대로의 증상을 비롯하여 신경정신과 의사인 본인이 만난 환자들 이야기를 모은 것이다. 이후 편두통을 읽다가, 왜 편두통이 발생하는지, 증상이 어떠한지에 대한 이야기가 그닥 흥미롭지 않아(내가 편두통을 앓지 않아서일지도..) 올리버 색스의 자서전인 '온 더 무브'로 옮겨 탔다. 


올리버 색스는 아버지가 의사인 영국의 부유한 집에서 태어났고, 4 형제 중 막내였다. 좋은 교육 과정을 거치고 바이크와 글쓰기를 즐기는 사람이다. 의사가 되어 미국으로 건너가 진료 일을 하게 되었고 자신이 만난 환자들을 소재로 꽤 많은 글을 썼다. 그는 글쓰기 광이었다. 자서전 말미에 나오지만, 그가 14세부터 쓴 일기장이 1000여권이 되고, 오토바이 여행을 하는 동안에만 3-4권의 노트를 썼으니 말이다. 그가 속한 정신과 분야에서 얼마나 탁월한 업적을 이루고 천재성을 발휘했는지 모르지만, 글쓰기 분야에서 그는 꽤 부지런히 썼던 사람이다. 온 더 무브 말미에는 그의 글쓰기에 대한 생각이 나온다


'열네 살 때부터 쓰기 시작한 일기장이 현재 1,000권에 육박한다. 늘 들고 다니는 작은 수첩형 일기장에서 큰 책만 한 것까지 모양도 크기도 가지 각색이다. 나는 꿈속이나 밤중에 생각이 떠오를 경우를 대비해 항상 머리맡에 공책을 놔두고, 수영장이나 호숫가, 해변에도 웬만하면 한 권 놔둔다.... 글을 쓰다 보면 생각과 감정이 분명하게 정리된다. 내게 글쓰기는 정신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절대적 요소다. 생각이 떠오르고 그 생각이 꼴을 갖추어가는 과정 전체가 글쓰기를 통해 이루어지는 까닭이다... 내가 쓰는 일기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닐뿐더러 나 스스로 지난 일기를 꺼내 읽는 것 또한 좀처럼 없는 일이다. 오히려 일기는 내가 자신과 둘이 대화하기 위해 필요한, 자신과의 대화에 필수적인 형식의 글이라고 하는 편이 맞다.'


'나는 이야기꾼이다. 좋든 나쁘든, 그렇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경향, 서사를 좋아하는 경향은 언어 능력, 자의식, 자전기억과 더불어 인류의 보편적 특성이 아닐까 생각한다... 글쓰기는 잘될 때는 만족감과 희열을 가져다준다. 그 어떤 것에서도 얻지 못할 기쁨이다. 글쓰기는 주제가 무엇이든 상관 없이 나를 어딘가 다른 곳으로 데려간다. 잡념이나 근심 걱정 다 잊고, 아니 시간의 흐름조차 잊은 채 오로지 글쓰기 행위에 몰입하는 곳으로, 좀처럼 얻기 힘든 그 황홀한 경지에 들어서면 그야말로 쉼 없이 써내려간다. 그러다 종이가 바닥나면 그제야 깨닫는다. 날이 저물도록, 하루 온종일 멈추지 않고 글을 쓰고 있었음을.. 평생에 걸쳐 내가 써온 글을 다 합하면 수백만 단어 분량에 이르지만, 글쓰기는 해도 해도 새롭기만 하며 변함없이 재미나다. 처음 글쓰기를 시작하던 거의 70년 전의 근라 느꼈던 그 마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