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장강명의 '표백'

 책 자체의 제목이 내 생각과 비슷해서 '한국이 싫어서'라는 책을 리디북스에 담아서, 오키나와 가는 비행기 안에서 읽었다. 

 기자 출신다운 간결한 문체가 쏙쏙 들어와 순식간에 페이지를 넘긴 후에, 장강명의 '댓글부대'를 읽었다. 

 그리고 다시 '표백'을 읽게 되었다. (장강명의 '에바로드'는 전자책으로 나오지 않아 교보에 당일 배송 주문을 했는데.. 어찌된 것인지 지난주 금요일날 당일 배송 신청한 책이 그 다음주 화요일인 지금까지도 오지 않고 있다)

 신촌을 생활 기반으로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스펙을 쌓고, 취업 전선을 향해 돌진하는 과정에서 누군가가 자살선언을 하고 세상을 떠나고, 그 여자 아이의 메시지는 이후 시간을 두고 그 친구들에게 전해진다. 

 각 친구들은 3년 후에 혹은 5년 후에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고, 그 죽음의 부추김과 예고는 어느 한 웹사이트를 통해서 이뤄진다. 

 많은 이들이 그 웹사이트에 회원이 되고, 자살에 대해 찬반을 논하고, 자신의 자살을 선언한다. 화자는 자신의 자살 순번이 다가옴을 알고 그것을 자신의 숙명으로 받아들일 것인지, 다른 선택을 할 것인지 고민한다. 

 실제 소설의 줄거리는 이보다 훨씬 복잡하다. 그 복잡한 이야기를 여기 풀어 놓자니 어디서부터 표현해야 할지도 막막하고, 자칫 그냥 스포일러나 될 것 같은 기분이다. 

 경찰청에서 근무할 때, 종종 옆팀에서 캠페인까지 하며 인터넷 자살 사이트 단속이며, 인터넷 자살 예고자를 찾아 파출소 직원을 출동하게 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조금 다른 관점으로 보면, 자살을 결심한 사람들을 찾아내 살려 놓는 행위가 얼마나 정의롭고 정당성을 가질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젊은이들에게 자살을 권하며 몰고 가는 것이 정당한 것이 아니라고 한들, 그들을 무한 경쟁으로 몰고 가며 살아도 사는것 같지 않은 상태를 감내하게 하는 것은 얼마나 정당한 것일까? 

 그만큼 우리 시대가 자살하지 말고 다른 대안을 찾아보라고 권하기도 힘든 지경에 이른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