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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의 '댓글부대'

 새벽의 시작은 장강명의 '댓글부대'였다. '한국이 싫어서'를 읽으며 주말판 기획 기사를 읽듯 넘어가는 느낌과, 11년간 기자로 살다 소설을 쓴 작가 개인의 스토리에 끌리게 되었다. 기자 출신이 쓴 소설을 보면, 경찰과 세상을 보는 눈이 꽤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의 주요 소재가 된 국정원 댓글 공작은 내 삶과 크게 무관하지 않았던 것 같다. 국정원 김하영의 노트북 분석을 했던 분들, 그 당시 사건수사에 2~3차적으로 얽혔던 경찰관들, 이 사건에 분노하고 경찰대 교수직 사표를 던진 은사님, 그분과 이 사건을 사이에 두고 둘로 갈린 경찰대학 동문들.. 


 무엇보다 내가 요즘 부쩍 경계하고 피하고 싶은 것은 '생각의 강요' 이다. 내가 삶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착실하게 살고 있던 간에, 그것은 자신의 전유물로 여기면 되는 것인데, 자꾸 누군가를 붙들고 꼰대질을 하려는 분들을 참 싫어 한다. 나를 붙잡고 20~30분 동안 '넌 지금처럼 살면 안된다.' '넌 성실해야 한다', '넌 말을 잘 들어야 한다'라는 말을 하고 또 하는데.. 그런 얘기는 동네 도서관 자기 계발서에 지천인데.. 차라리 자기가 겪은 재밌는 이야기라도 들려주면 글감이라도 될텐데.. 


 '생각의 강요' 그리고 '삶의 방식에 대한 강요'가 요즘 가장 경계가 되는 것 같다. 엄연히 근무 시간은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인데, 그 시간을 지키면서도 눈치를 봐야 하고, 내 일을 다 마쳐 집에 가고 싶어도 옆 사람이 일을 하고 있으면 인터넷을 하며 눈치를 보게 하는 강요가 불편하다. 딱히 하는 일 없이 새벽에 나와 사무실에서 밥을 먹고 인터넷을 해도 그 사람이 성실하다는 판단도 무섭다. 종종 놀러가는 구글코리아 사무실에서 저녁 7시만 되면 휑하게 비어 평온한 그 분위기가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으니 말이지.. 


 장강명의 문체에 빠져 소설 두권을 읽으며 감동을 받거나 영감을 얻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내가 살고 있는 지지리 궁색하고 옹졸한 이 사회를 재확인 했다는 생각은 확실히 든다. 이 사회에 적당히 맞춰 가자니 갈수록 아는 것이 많아지는 것 같고, 맞서 싸우자니 귀찮고, 탈출하자니 힘이 많이 든다. 에휴.. 



----------------(소설 중에서)-------------

요즘 정치 하는 친구들은 그걸 몰라. 경제가 사회 분위기를 결정하는게 아니야. 사회 분위기가 경제를 결정하는 거야. 집단의 힘, 군중의 마음! 사람들이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믿음을 품게 되면, 주변이 다 잿더미고 쓰레기산이어도 상관 없어. 이간은 강한거야...


 자기 미래를 낙관하니까. 하루에 열두 시간을 이랗고 돌아와도 몇 년 뒤에 보답이 크게 돌아올 걸 확신하면 피로가 금방 가시지. 그런 흥분이 경제도 움직이는거야... 그런데 멍청한 놈들이 그런 열광을 불러일으킬 생각은 않고 요즘 젊은이들은 패기가 없다느니, 뭘 포기한 세대라느니 하면서 오히려 기를 꺽어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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