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를 타며 불쾌했던 기억들이 있을 겁니다. 특히 여성분들이라면 더더욱이요. 생명이 오락가락하는 난폭운전을 빼고도, 여자 승객에게 유독 관심을 보이며 이것저것 물어보고 추근거리는 발정난 운전기사부터, 몸에서 담배 냄새를 가득 풍기는 골초 아저씨, 별로 관심도 없는 정치 얘기를 줄줄이 늘어 놓는 아저씨 등등.. 그나마 카카오앱이 생겨 택시를 타고 난 후 기사를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이 생기긴 했는데, 요즘은 승객 골라 태우기 때문에 또 곯머리를 앓는다고 들었습니다.
차라리 이런 때에 우버나 그랩 같은 차량 공유 서비스를 도입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전에 우버가 영업을 하려다가 서울시에서 이를 고발조치하는 바람에 흐지부지된 일이 있는데요, 이유는 기존 택시의 상권 보호일 것입니다. 그러나 택시 기사의 불친절한 서비스나 택시를 잡는 것 자체가 힘들어지는 상황에서 우버나 그랩의 도입은 그 빈틈을 매워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봅니다.
저는 싱가포르에서 생활할 때나, 말레이 여행을 할 때 그랩을 주로 이용하구요, 태국, 필리핀에서는 우버를 주로 이용했습니다. 여행자의 입장에선 가장 피곤하고 두려운 일 중 하나가 택시기사를 잘못 만나 바가지를 쓰는 일인데요 차량 공유 서비스는 그런 걱정을 해결해 줍니다. 차량 공유 서비스가 잘 되어 있지 않은 스리랑카에서 뚝뚝 기사에게 바가지를 써서, 현지인이 내는 요금의 10배를 넘게 준 적이 있는지라, 차량 공유 서비스에 대한 저의 믿음은 더욱 강합니다.
차량 공유 서비스가 다 좋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싱가포르의 경우 시장이 작아서 그런지 네비게이션의 성능이 많이 뒤떨어집니다. 택시기사에 비해 그랩 기사들은 지리에 대한 감이 많이 떨어지는지라, 픽업을 올 때나 목적지로 이동할 때 네비에 많이 의지합니다. 문제는 네비 성능이 별로이다보니, 길을 이상하게 돌아가게 되거나, 잘못된 장소로 인도해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요금 또한 비가 내리거나 피크 시간일 때는 유연 요금제가 적용되어, 택시보다 더 비싸질때가 있죠. 집에서 창이 공항에 갈 때 20달러 정도이던 것이 어떨 때는 40달러까지 올라갑니다.
그랩 기사 중에 기억나는 분이 60이 된 아저씨인데요.. 본인이 나이가 많아서 이력서 백통을 넘게 썼는데 다 떨어지고, 결국 그랩 운전을 하게 되었다고 하네요. 기사들은 15% 정도의 수수료를 낸다고 합니다. 필리핀에 갔을 때 이용했던 우버 기사가 생각나네요. 젊은 친구였는데, 차량이 타인 명의의 것이라서 수익의 절반을 떼어준다고 하더라구요. 그날 10킬로미터를 이동하는데 차량 정체가 심해서 2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러나 요금은 사전에 정해진대로 6천원 정도의 요금이 나왔고, 저녁시간에 고생한 마음에 미안한지라 2천원 정도 팁을 주며 저녁을 사먹으라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랩 등으로 인해 택시 업계가 위협을 받는 것도 사실입니다. 싱가포르 택시를 보면 종종 차량 공유 서비스에 맞서 자신들의 영업을 홍보하는 광고를 붙여 놓기도 합니다. 요금이 오락가락 하지 않는다는 것, 원하는 곳까지 빨리 이동한다는 것을 강조하죠. 이곳의 택시 서비스는 한국보다 훨 좋은 것 같아요.
'싱가포르 체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싱가포르의 집회 시위 문화 (0) | 2018.02.05 |
---|---|
타이푸삼 축제 (0) | 2018.02.01 |
싱가포르의 성매매 (0) | 2018.01.29 |
싱가포르의 껌, 담배, 전자담배.. (0) | 2018.01.28 |
공용자전거 MOBIKE 이용기 (0) | 2018.0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