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체류를 하는 이방인으로서 가장 불편하고 걱정되고 눈 앞이 깜깜한 것 중 하나가 병원 이용이다. 매년 가족 2명 기준으로 90만원 정도를 내고 상한액을 조금 높여 잡은 해외 체류자 건강보험을 이용하고 있기는 한데 그래도 말과 글이 자유롭게 통하지 않는 곳이라 걱정은 된다.
그제 아침 두통 복통 몸살이 동시에 일어나 출근은 할 수 없는 상황이고, 병가를 내려면 의사 소견서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 동네 병원을 검색했다. 이전에 한인 커뮤니티 등을 검색해 보니 싱가폴은 1차 진료 기관을 클리닉(Clinic)이라고 하고, 우리나라 대형병원 같은 2차 진료 기관을 호스피탈(Hospital)이라고 한다. 종종 몸이 아플 때 사무실에 있는 싱가폴 직원이 애매하면 General Doctor를 찾아가면 된다고 했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대형병원 진료를 받는 것은 기다림과 지루함의 연속이기에 동네 클리닉을 검색했더니 걸어서 5분 정도 거리에 클리닉이 하나 있다. 혹시나 예약을 해야 하나 싶어 전화를 걸었는데, 예약 없이 그냥 오면 된다고 해서 슬슬 걸어 갔다. 킬리니 도로 초입에 있는 건물 1층에 그 병원이 있었고 신분증을 보여주고 몇가지 인적사항을 적은 후 의사의 진료를 받았다.
몸에 온도를 재니 38도 정도로 높이 나왔고, 의사는 감기 몸살 같으니 이틀정도 쉬면 될 것 같다고 직장에 제출할 소견서도 써주겠다고 했다. 탈수 방지용으로 물에 타먹는 소금 6팩과 한번에 2알씩 먹는 알약 20개를 주는데 이틀은 충분히 버틸만했다. 진료비 내역은 1. Oral Rehydration Salts * 6 pack = 3.21 달러, 2. Pacofen(그 알약) * 20 타블렛 = 5.35 달러, 3. 진료비 32.1 달러, 총 40.66 달러가 나왔다. 약 32,000원 정도 되는 돈이다.
싱가폴이 자본주의가 쎈 국가라 미국 다큐멘터리 식코에 나오는 것처럼 몇십만원까지는 아니더라도 10-20만원 돈은 나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비싸지 않은 가격에 안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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