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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체류기

싱가포르 주택 정책

가포르 사람들을 만나며 주택 문제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을 못 봤다. 

싱가포르 경찰청에서 파견 나온 내 친구도 나보다 2-3살 어린데,

 자기 앞으로 5베드룸의 집을 하나 가지고 있다. 

20-30년 정도의 할부로 집값을 내야 하는데, 40만싱가포르달러,

한국 돈으로 3억2천만원 정도 밖에 안 한다고 한다. 

싱가포르 국민소득이 5만7천불 정도이고, 

서울과 비슷한 국토면적에 5백만이 사니, 땅값이 폭등하고,

이에 덩달아 집값이 미친듯이 올라 10억원 줘야 할 것 같은데.. 

3억 정도의 비싸지 않은 가격에 주택을 마련할 수 있다니.. 부럽다.. 


그 친구가 사는 집은 HDB라고 부르는 일종의 국민주택이다. 

관광객들은 창이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길에 길가에 비슷한 모양으로

다닥다닥 붙어 있는 아파트를 많이 보게 되는데, 

조금 조밀하게 붙어 있다는 생각이 들면 그것은 HDB라고 생각하면 된다. 




HDB는 Housing and Development Board의 약자로 일종의 주택개발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같은 기관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이 집은 국민이 소유한다고 볼 수 없다. 

99년의 기간을 두고 정부에서 국민에게 임대하는 개념이다. 

20대 중후반이나 30대 초반에 집을 분양 받아서 110세 정도까지 쓸 수 있으니,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닌 것 같다. 

얼마 전 TV 에서 싱가포르 총리가 주택 정책에 대한 발표를 했다. 

Singapore National Day Rally 라고 부르는데, 무려 4개 이상의 채널에서 언어별로(영어, 중국어, 타밀어, 말레이어) 방송을 한다 



싱가포르가 고령화 되다보니, 노인들의 보건 정책에 대한 얘기도 나오고, 

싱가포르의 식생활을 큰 부분을 차지하는 호커센터(푸드코트)를 활성화하여

생활 물가를 잡고, 이를 유네스코에 등재하는 얘기 등도 나온다. 


무엇보다 주택 정책에 대한 얘기가 흥미로웠다. 대략 요약하면 


1. 99년 임대 정책은 불가피하다. 99년 후 정부에서 다시 이를 회수한 후에, 철거하고 다시 지을 수 밖에 없다. 


2. 1987-1997년 사이 지어진 HDB 주택 단지를 개선하는 HIP(Home Improvement Program)의 시행을 발표하였다. 30년 주기로 HDB를 개선하여 노후 주택 단지의 슬럼화를 방지할 것이다. 해당 단지는 30년 후에 또 개선 작업을 거쳐, 99년 임대 기간동안 총 2번의 개선 작업을 거칠 것이다. 


HDB단지를 지나다 건물을 가까이서 보면 꽤 튼튼하게 지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콘크리트 등의 재료를 아끼지 않고, 전쟁용 벙커로 써도 좋을 정도로 튼튼해 보인다. 

싱가포르 같이 부패를 엄격하게 다스리는 국가에선 집 짓는거 가지고 장난 쳤다가는

목이 달아나거나, 다시는 사회 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혹독하게 내쳐지는 처벌을 받을 것이다.


무엇보다 국가가 20-30년, 그리고 100년을 내다보고 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는 것과, 

자본주의의 광풍 속에서 국민들이 생활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인 주택정책을

국가가 바르게 잡고 가고 있다는 것이 부러운 일이다. 

어디로 가야할지 고민이 많은 우리나라가, 보고 배울 것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