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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문

영상작가교육원 연구창작반 후기와 공모전 당선

 2021년 영상작가교육원 기초반, 전문반 수강을 마친 후 별고민 없이 연구창작반에 진학하였다. 

 이래저래 감사한 일은, 내가 어떤 결정을 내리는데 고민을 안 하는 캐릭터라는 것.

 그리고 그런 고민을 할 때 큰 장애요소인 돈과 시간이라는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것이다. 

 물론 10대, 20대 때는 내 또래들보다 유독 쓸데 없는 고민을 많이 하며 살았던 것 같다. 

 고민이라고 해 봐야, 타락해 가는 세상에 대한 염려와 환경오염으로 인한 지구 멸망 같은 

 연예인들 강남 빌딩 재테크 걱정보다는 조금 세상에 도움이 되는 것이었지만. 

 그 고민들은 딱히 시원한 결론을 주지 못하는 대신 뇌근육을 발달 시켜 조금 무딘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살면서 어떤 결정을 내릴 때 고민을 할 필요가 별로 없다는 것이 그 많은 고민의 소득이었다. 

 

 아무튼 아침에 물 한잔 마시는 수고로 영상작가교육원 연구창작반에  등록을 했고, 김아론 감독님의 수업을 듣게 되었다. 

 감독님은 영화라는 매체가 결국 철학, 기호, 상징학에 대한 것이라며,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위플래쉬, 유스, 디어헌터,

 델마와 루이스 같은 명작들을 샅샅이 해체하며, 이 장면이 왜 들어갔는지, 도구와 대사가 어떤 의미인지,

 이 영화가 말하려는 것은 결국 무엇인지를 조곤조곤 얘기해 주셨다. 

 그동안 영화 수십, 수백편을 보면서 별 생각 없이 봤었는데.. 아이고.. 

 요즘은 영화를 보다 중간중간 시간 체크를 하고 메모를 하는 습관을 들인 것도 이 수업의 영향이겠지. 

 

 연구창작반 수강 기간동안에는 형사코믹물을 습작하였다.

 생소한 분야를 소재로 스릴러와 어드벤쳐를 쓸 때보다는 확실히 편한 느낌이었고,

 개그를 연출하며 모니터 앞에서 혼자 웃겨 낄낄 웃는 것이 작가의 정신건강에도 나쁘지 않은 일 같았다.

 바로 직전에 드라마를 쓰며 혼자 감정 몰입에 빠져 눈물을 닦아가며 썼던 터라,

 코믹을 쓰는 것이 수월한 기분이었다. 일상에도 그렇게 심각하고 무거운 사람이 아닌 탓이리라.  

 빠르게 한 학기가 지나 갔고, 수업을 하며 쓴 습작품으로 외부 공모전에 내서 예선 통과를 하기도 했다.   

 학기 말에는 교육원 내부 공모전에 지원을 했고, 운 좋게 입상을 했다. 

 드디어... 다른 이들의 입상 소식을 보고 손가락만 빨며 부러워하던 과거를 위로하며 평안함에 이르게 되었다. 

 시나리오 쓰는 법을 한번 배워보고 싶어 고민의 여지 없이 바로 시작했던 일인데,

 영상작가교육원과의 3학기 동행이 이렇게 훈훈하게 종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