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

스리랑카 여행기 (출발 및 콜롬보)

 공모전 당선 이후 인턴십을 했고 6개월간 극본만 350페이지 분량 정도를 쓴 탓에 머리가 텅 비어버린 기분이었다. 

 그동안 미뤘던 휴가를 다녀오겠다고 결심하고 여행지 이곳저곳을 검색했는데, 

앙코르 와트에 가서 가이드 투어를 받으며 힌두 신화를 꼼꼼히 보는 방안과

태국 치앙마이에 가서 요가 등을 하며 휴양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었다. 

치앙마이로 기우는 분위기였는데 싱가포르에서 가는 항공권이 무려 400달러가 넘게 나온다. 

코로나 전에는 200달러 내에서도 구할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이건 아니다 싶었다. 

그렇다면 이전부터 얘기했던 스리랑카는 어떨까 하는 생각에 항공권을 검색해 보니 500달러에도 가능.

바로 2주 일정에 맞춰 표를 끊고 루트를 고민해 보기로 했다. 

 

운 좋게 작년 말에 우리 회사에 합류한 스리랑카 동료가 있어 1시간 정도 특강을 들었다. 

스리랑카 여행 관련 블로그에도 나오지만, 스리랑카를 도는 사람들은 콜롬보에 도착한 후에 

시계 방향으로 스리랑카 중부와 남부를 돈다. 

콜롬보에 도착한 후에 지체 없이 바로 다음 도시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콜롬보에서 요가도 하고 친구도 만날겸 이틀을 잡았다. 

출장 때 이용했던 더치 호스피탈 앞에 있는 페어웨이라는 호텔을 잡았는데,

하루 70달러 정도에 위치와 시설 등도 괜찮은 편이다. 

그리고 시기리야 바위가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한 기차표 1등석을 예약했다.

콜롬보에서 바티칼로아(Batticaloa)로 가는 전체 구간을 끊은 후 중간에 자기가 원하는 곳에서 내리는 시스템이다. 

온라인으로 구입 발권수수료 등을 포함해 2장에 6500 루피를 냈다. 원화로 22,000원 정도이다. 

3등석 입석으로 끊으면 1000루피도 안 되는 돈에 가능하다는데, 

마흔 넘은 나이에 몸 아프고 고달프면 안 될 것 같아 에어컨 나오고 좌석 보장된 곳으로 했다. 

이렇게 항공권, 콜롬보 호텔, 시기리야 가는 기차표만 끊어 놓고 일단 떠났다. 

 

싱가포르 시내에서 환전을 할까 했는데 1싱달러에 고작 200 루피를 준다는 말에 마음을 접었다. 

이번 여행 실수 중 하나가 공항에서 너무 많은 돈을 환전했다는 것이다. 

1싱달러에 264달러를 주는데, 콜롬보 시내 페어웨이 호텔 앞 환전소에서 275달러를 줬다. 

1천달러를 덥썩 공항에서 환전해 버렸으니 11000 루피나 손해 본 것이다. 37,000원 정도.. 

그래도 공항에서 약간의 돈은 환전해야 한다. 스리랑카 현지 유심을 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3개 정도 통신사가 공항 내에서 심카드를 팔고 있는데,

이전에 사용한 적 있는 Dialog 통신사에서 20기가짜리 심카드를 샀다. 1400 루피 정도 했던 것 같다.

일단 심카드를 개통하면 뚝뚝이나 택시를 부를 수 있는 픽미(PickMe) 어플을 이용할 수 있다. 

싱에서 픽미 설치를 시도했는데 싱가포르 번호로 SMS 인증번호가 오지 않아 실패했었다. 

픽미 설치까지 마쳤으면 뚝뚝이나 차량을 불러 시내로 가면 된다. 

소형 차량을 불러 시내까지 갔는데 2200 루피 정도를 냈다. 이렇게 콜롬보 입성 성공. 밤 늦게 호텔에 도착해 일단 푹 잤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 숙소가 있는 더치호스피탈과 채텀거리 등을 돌아다녔다. 

2017년에 스리랑카 출장 때 현지 보석사기꾼에게 당한 기억이 있었는데 이번에 보험이 된 것 같다. 

당시 아침에 길을 걷는데 한 남자가 오더니 자신이 내가 묶는 호텔 매니저라는 말을 했고 난 경계심을 풀었다. 

그랬더니 이 친구가 강가라야마 절(부처의 머리칼을 모셔둔 곳)에 행사가 있는데 같이 가보자며

지나가는 뚝뚝을 붙잡더니 타라고 했다. 바보 같이 거길 덥썩 탔다. 납치 당하면 어쩔라고...

가는 길에 이 친구는 계속 나에게 보석 얘기를 했다. 스리랑카엔 좋은 보석이 나는데,

이 보석을 캐는 사람들은 몸도 단정히 하고, 기도도 하고, 성관계도 갖지 않는다고.. 

그리고는 절을 휙 둘러본 다음 Gem Bureau라는 곳으로 뚝뚝을 둘려 나를 데리고 갔다. 

 

가게 안에서 직원들은 알록달록 유치 찬란한 목걸이 등을 보여주며 오늘 특별히 50% 할인을 한다며 

나에게 카드라도 긁어서 사라고 했고, 나는 아차 걸렸구나 싶어서 보석 구매를 거절하고 밖으로 나왔다. 

우리는 호텔 인근으로 뚝뚝을 타고 돌아왔고, 이 사기꾼 새끼는 나에게 뚝뚝 대절비용을 내라고 했다.  

스리랑카에 도착한지 이틀인가 밖에 안 된 나는 현지 물가 개념이 없었고, 

그 자리에서 뚝뚝드라이버가 달라는대로 4천루피를 덥썩 줬다. 당시 23 유로 정도의 큰 돈이었다. 

뚝뚝에서 내린 후 그 사기꾼 새끼는 자기의 가이드 비용을 달라고 했고, 

난 화를 내며 뚝뚝비를 냈으니 그만이라며 자리를 떠났다. 그게 내겐 보험이 된 것 같다. 

콜롬보 시내를 걷다 보면 오만가지 인간들이 다 말을 걸고 접근한다. 

나는 호텔 매니저다. 오늘 절에서 좋은 행사가 있다. 한국인에게 특별히 제안하고 싶은게 있다 등등 해서 

결국은 보석을 사러 가자는 말을 한다. 일단 옆에 붙어 같이 걸으며 말 걸면 99% 보석 사기꾼이다. 

필요 없다고 단호히 말하고 눈길 한번 주지 말고 자기 갈길 가면 알아서 사라진다. 

 

콜롬보에서 보낸 두번째 날은 자밀울알파르 모스크랑 성안토니 교회까지 걸어가기도 하고, 

샹그릴라 호텔에 있는 쇼핑몰에서 저녁 모임에 입을 옷도 사며 맘 편히 보냈다. 

저녁에는 스리랑카 현지에 있는 친구의 저녁 초대를 받아 콜롬보 석양을 보며 저녁 식사를 했다. 

 그렇게 이틀째 밤을 보낸 후 다음날 시기리야로 가기 위한 기차를 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