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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상작가교육원 수강 후기

2021년이 되서 꼭 하고 싶었던 것이 시나리오를 써 보는 것이었다. 몇년 전에 독학으로 공부한 다음에 선관위 디도스 사건 수사를 소재로 쓴 적이 있는데, 시나리오 구조에 대한 기초 공부 없이 그냥 막 쓴 것이라 오글거리는 수준이다. '우발적 단독 범행'이라는 제목의 시나리오 출력본은 보관하고 있는데, 언젠가 다시 손을 봐서 영화 '박수 칠 때 떠나라' 같은 느낌으로 만들고 싶다. 

 

영상작가교육원, 심산스쿨 등 시나리오 강좌가 많은데 대부분 오프라인으로 이뤄지는지라 외국에선 방법이 없었다. 그러던 와중에 코로나가 가져온 뉴노멀 덕분에 영상작가교육원에서 줌을 이용한 온라인 과정을 개설한 것을 알게 되었고, 큰 고민 없이 바로 기초반에 등록을 했다. 수업료 100만원이 당시 내 통장에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한 일이었다.  

 

기초반 수업은 간신의 각본을 쓴 이윤성 작가님이 수업을 했는데, 1주일에 한번씩 수업을 들으며 기초를 다져가는 과정이 꽤 황홀했던 것 같다. 혼자서 시나리오 작법서를 읽으며 감을 잡아가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었고, 무엇보다 영화계 뒷얘기까지 가미된 수업내용이 재밌어서 시간 가는줄 몰랐다. 

 

수업을 들으며 썼던 시나리오는 스릴러 장르였는데, 15년의 경찰 생활과 직접 접했던 사건 경험들이 있는지라, 스릴러는 어렵지 않게 쓸 수 있을 줄 알았다. 밤에 자다가 손목이 아파 잠이 깰 정도로 매일 미친듯이 타자를 친 것 같다. 기초반을 마치고 교육원 공모전에 냈지만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고, 그제서야 나 스스로가 스릴러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데, 단순히 직장 생활에서 얻은 경험을 과신한 나머지 스릴러를 쉽게 생각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후 전문반 진학은 큰 고민 없이 했고, 김효민 작가님 수업을 들으면서 기초반 수업과는 또 다른 면의 기법들을 많이 배운것 같다. 웨스트윙, 뉴스룸 등의 걸작을 쓴 작가 애론 소킨이 항상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극찬했는데, 김작가님 역시 시학에서 말하는 3막구조 등을 많이 강조하셨다. 시나리오를 쓸 때는 시놉시스를 쓰고, 트리트먼트를 쓴 후 대본으로 가는 기법 대신, 시놉시스에서 씬리스트를 만드는 방법을 시도해 보라고 하셨고, 난 이 방법이 내게 더 편하고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씬리스트의 감을 잡기 위해 영화 음식남녀, 미스 슬로운을 본 후 씬에 대한 묘사를 쓰는 숙제를 내주셨는데, 필사만큼 고달프지는 않으면서도 흐름을 이해하는데는 큰 도움이 됐다. 

 

전문반 수업을 들으면서 준비한 작품은 우주여행 장르이다. SF는 아니지만, 우주여행에 대한 테크니컬한 부분들을 공부하느라 생소한 책들도 많이 봤고, 그 과정들은 즐거웠던 것 같다. 아직까지 캐릭터의 설계가 맘에 들지는 않지만, 어쨌든 내일 저녁에 마감인지라 조금 일찍 투고를 했다. 결과는 연말에 나온다는데, 그때까지 아이디어도 많이 생각해보고, 이래저래 벌려놓은 이야기들 촘촘히 엮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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