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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ursion", "Dark Matter" by Blake Crouch

나는 시간 여행에 관련된 이야기를 좋아한다. 

 

대학 때 Time Traveller's wife를 부지런히 읽었고,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About Time 이다. 

 

여행을 다니며 한적하게 돌아다닐 때는 Midnight in Paris에 OST로 나왔던 Si tu vois ma mere를 듣고, 

 

운전하다 졸리거나, 일하다가 나른할 때는 아이유의 '너랑 나'를 튼다. 

 

게다가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도 어찌나 내 취향인지..

 

그리고 드라마 '시그널'은 경찰이라면 한번쯤 꿈꾸어 봤을 이야기 아닌가? 

 

그래서 넌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뭘 하고 싶냐고 묻는 사람이 있을텐데.. 

 

그러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최소한 내 삶은 나이를 먹어가며 조금씩 나아졌다고 믿고 있다. 

 

한 때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9살 때로 돌아가 부모님의 이혼을 말린 후에 어린 시절을 좀 더 행복하게  꾸며볼까라는 순진한 생각도 했겠지만.. 

 

결국 큰 차이 없이 양쪽 다 불안하고, 내 불행의 양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판단이 든 후에는 그것마저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 

 

과거를 바꾸면 지금 내 현재도 바뀌는 것을 알고 있기에, 지금의 소중함을 붙드느라 그러고 싶은 생각이 없다. 

 

그렇다면 대학 입시때로 돌아가 경찰대학이 아닌 다른 선택을 할까라는 생각..

 

선배랍시고 좆같이 구는 인간들이 있어서 좀 그랬지만, 그래도 대학 때 꽤 재밌게 보냈던 것 같고.. 경찰청이 아니면 나라는 인간을 품어줄 만한 조직도 없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 좆같이 굴던 인간들은 대부분 졸업후에 개과천선했다고 생각되지만, 여전히 그 꼬라지인 사람도 많이 있다.)

 

경찰이 된 후 조금 다른 길을 선택해서 일찍이 유학을 가서 학위를 따고 교수가 된다거나, 남들 로스쿨로 몰려갈 때 살짝 올라탈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의 내 삶이 가장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서론이 길어졌는데.. 얼마전 마닐라 출장에서 집어든 책 중의 하나가 Blake Crouch의 Recursion이었다. 

 

동행한 직원이 있어 책을 고를 시간이 충분치 않았는데도, 잽싸게 골라든 책 2권이 트레버 노아의 'Born a Crime'과 블레이크 크라우치의 Recursion이었다. 

 

Recursion 역시 시간 여행에 대한 책이다. 

 

앉으면 마취가 된 후에 자신이 원하는 특정 시간으로 시간 여행을 가게 되는데, 온 세상이 함께 과거로 돌아가는 파급력을 가지고 있다. 

 

이 장치를 이용한 사람들은 다시 그 시간을 살며 자신의 다른 삶을 선택하게 되고, 자신이 시간 여행을 했던 시점으로 되돌아 돌 때, 이전과는 다른 현재를 경험한 주위의 사람들은 혼란에 빠지게 된다.  

 

예를 들어 내가 순이와 결혼을 해서 살다 과거로 돌아가서 영희와 결혼해서 살게 되면.. 시간 여행을 했던 시점에 순이는 자신이 지금 혼자 사는지 나랑 사는지 헷갈리게 되는 것이다. 

 

이게 단순히 순이와 영희의 문제에서 끝난다면 모르지만, 국가 단위의 중요 결정에 영향을 주게 되며 전 세계가 큰 혼란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책을 읽은 후, 바로 이 작가의 다른 책 Dark Matter를 주문했다. 

 

Dark Matter는 슈뢰딩거의 고양이 이야기로 대표되는 평행우주 이야기였다. 

 

평행우주속의 다른 나는 조금 안정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지금도 고만고만하게 살아가고 있을 수도 있고, 대학 때 선배를 두드려 패고 학교를 짤린 후에 전혀 다른 길을 살아갈 수 있고, 경찰을 하다 이것저것 배워 중국 청두에서 보이스피싱 두목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너무 불행하게 살아온 다른 평행우주속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보고 질투하여 나의 자리에 치고 들어온다면 난 어떻게 싸워야 할 것인가? 

 

Dark Matter는 대략 그런 얘기이다. 

 

두권 모두 아마존에서 괜찮은 리뷰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 번역은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