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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코로나 사태와 서킷 브레이커

그저께 280명의 감염자가 나왔다고 하는데, 싱가포르 600만의 인구를 대입해보면 한국에서 하루에 2600명 정도가 나온 것과 비슷한 골이다. 집단 감염이 터져나온 곳이 외국인 노동자 숙소와 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리틀인디아의 무스타파 쇼핑 센터이다. 싱가폴에 여행 오는 사람들은 마리나베이와 클라키 인근의 금융가, 그리고 센토사 섬 같은 화려한 면을 보겠지만..

 

이면에는 방글라데시와 인도에서 온 건설현장 노동자들이 아침에 트럭 짐칸에 실려 공사 현장으로 나간 후, 땡볕 아래서 일을 하는 풍경도 있다. 2018년 씨엔엔 기사를 보면 이들의 월급은 평균적으로 400-465 싱가포르 달러이다. 원화로 40만원 정도 밖에 안 되는 돈이다.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에서 오는 가정부의 경우 한달에 700 싱가포르 달러를 받는데, 2018년 기준 싱가포르인 평균 임금이 3000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이들 노동자의 급여는 심히 낮은 수준이다.(https://edition.cnn.com/…/singapore-migrant-work…/index.html). 물론 그게 싫으면 니네 나라에서 돈 벌지 뭐 하려고 여기 왔냐는 것이 싱가포르의 속내이기도 하다.

 

건설 현장 노동자들은 싱가포르 외곽의 외국인 노동자 숙소에 머무는데, 우리나라 군대 내무반 같이 2층 침대가 빼곡히 놓은 구조에다 위생 상태도 그렇게 좋지 못하다고 하니 이곳에서 집단 감염이 터져 나온 것은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던 영역일 것이다. 싱가포르 정부에서도 이런 곳에서 뭔가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 느꼈기에, 한달간 서킷브레이크라는 극단의 처방까지 시행한 후, 일체의 모임(개더링)을 금지하는 법안까지 발효했다.

 

정부가 무슨 말을 하건 신경도 안 쓰고 흥청망청거리는 유럽이나, 아파도 돈 때문에 병원에 가질 못하는 미국을 생각하면 그래도 싱가포르 정부는 대응을 잘 하고 있는 편이다. 재택근무를 하며 동료들과 화상회의를 통해 얼굴을 보며 반가워 하고, 저녁에 스타크래프트 배틀넷에서 만나 팀웍을 재확인해야 하는 이 시간이 빨리 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