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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국경절과 가운데 손가락 사건

8월 9일은 싱가포르 국경절(National Day)입니다. 싱가포르는 다양한 인종과 종교가 섞인 곳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갈등이 드러나 보이는 일이 별로 없습니다. 집회시위를 허가할 때도 다른 종교나 인종에 대한 적대심을 드러내게 되는지를 살펴보죠. 싱가포르 국경절에는 국경절 퍼레이드(National Day Parade)라는 행사를 하는데, 이를 준비하기 위해 두달 가까이 주말마다 리허설을 합니다. 토요일 저녁마다 마리나베이 인근에서는 헬리콥터 여러대가 초대형 싱가포르 국기를 매달고 이동을 하고, 스카이 다이빙을 하고, 전투기가 비행을 하고, 무엇보다 몇천명의 사람들이 빨간색, 흰색 옷을 입고 퍼레이드 리허설에 참가합니다. 행사 당일날도 티켓을 구입해야 이 행사를 제대로  수 있는것 같습니다. 중국 문화권이라 그런지 행사의 클라이막스는 불꽃놀이인데, 리허설임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양의 폭죽을 쓰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2017년 이렇게 숭고하고 거룩한 국경절 행사에서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넵 문제의 그 장면입니다. 이 아이의 시크한 표정과 손가락을 보세요.. 

싱가포르여 영원하라(Majulah Singapura)라는 국가를 부르며 미래의 꿈나무들이 국가를 흔들며 열광하는 가운데.. 시크한 표정의 아이가 카메라의 집중을 받는 순간 그 앙증맞은 가운데 손가락을 올렸던 것입니다. 행사 현장에 있던 대형 화면과 TV에 생중계가 되어 있었고, 이 장면은 싱가포르 국경절의 전설 중 하나로 남게 됩니다. 2017년 국경절의 가장 큰 화제는 스카이다이빙도, 헬기에 걸린 초대형 국기도, 전투기, 불꽃놀이도 아닌, 이 귀여운 아이의 10cm도 안되는 손가락 한개가 되었습니다. 큼직한 국토와 어마어마한 인구를 자랑하는 아세안 국가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좁은 섬 하나 가지고 힘겹게 개척해 온 싱가포르인들의 멘탈이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이겠죠. 아마도 이 아이는 학교 선생님들과 부모와 이웃집 어른들에게 둘러 싸여 혼도 많이 나고, 친구들에게 조롱도 많이 받으며 힘겨운 나날을 보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언론을 통해 사과한다는 의사 표시도 되었구요.

행사 직후에 선생님께 불려간 아이.. 뭔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얘기이죠..

 

일각에서는 이 아이가 많은 국민들을 대신하여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꿈보다 빼어난 해몽도 있습니다.브이포벤데타에 나오는 가이포스크 같은 영웅이 되는 것인가요? 어쨌든 6월초부터 8월 9일 사이에 싱가포르 여행을 오시는 분들은, 매주 토요일 저녁 8:10분 경에 있는 마리나베이의 불꽃놀이를 꼭 보시기 바랍니다.